보도자료


http://www.chosun.com/w21data/html/news/200302/200302120330.html


[무대와 사람] 테헤란밸리 ‘아마 오케스트라’ 창단연주
19일 '미완성 교향곡'·'왈츠' 등 선보여
20대서 50대까지… "문화적 갈증 풀려요"

 


▲ 테헤란로 데이콤빌딩 연습장에 모인 ‘테헤란밸리 오케스트라 ’직장인들

벤처·IT산업의 심장부인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오케스트라가 떴다. 음악을 전공하지도 않은, 이 일대 직장인 360명이 참여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다. 이름은 ‘테헤란 밸리 오케스트라’(TVO). 매주 수요일 퇴근 시간 이후 밤늦게 테헤란로 데이콤빌딩에서 연습해온 이들 가운데 70여명이 참여, 창단연주회를 오는 19일 오후 7시30분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한다. 연주곡은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쇼스타코비치 ‘왈츠’, 파헬벨 ‘카논’ 등.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아마추어들이 차려내는 메뉴 치고는 믿기지 않는다.

“단원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합니다. 벤처기업 직장인을 비롯해서 SK·LG·삼성·대림그룹 등 기업체 사원과 전문직 등 20·30대가 300명이 넘어요. 우리 오케스트라의 주축이죠.”

단장 이준표(36·바이올린)씨는 “음악 전공자를 철저히 배제, 초보자들이 참여하는 전문 레슨 프로그램과 합주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자산관리회사 ‘어셋 마스터(Asset Master)’에서 재정분석가로 일하는 이씨의 대학 전공은 건축디자인. 데이콤에 근무할 때 데이콤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회장을 지낸 그는 팬파이프 독주회도 연 만능 연주자다. 이씨가 동호인들을 모아 2001년 10월 인터넷에 오케스트라 홈페이지(www.tvo.or.kr)를 열자 바이올린·플루트·트럼펫 등 악기별로 직장인들이 몰려들었다.

첼로를 연주하는 이성열(43·주 엔써티 상무이사)씨는 “첨단기술 분야에서 일하다보면 생기게 마련인 문화적 갈증을 일거에 푸는 쾌감이 있다”고 했다. 대학때 취미로 첼로를 배웠다는 그는 “아마추어가 해내리라고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분야에 도전해서 목표를 이루어가는 보람도 크다”고 했다.

단원들은 연주를 앞두고 청평 휴양림 등지서 뮤직캠프를 열고 합숙훈련을 해 왔다. 이번 주말에도 회현동 LG CNS 강당에서 1박2일간 뮤직캠프를 통해 마지막 피치를 올린다. 서울증권 애널리스트 정지윤(27·클라리넷)씨는 “오케스트라는 틀에 박힌 일상에서 빠져나와 또 다른 성취감을 맛보는 해방구”라고 했다. 서울시립아동병원에서 언어치료사로 일하는 전낙영(28·클라리넷)씨는 “몸은 피곤할 때도 있지만, 직장 스트레스도 음악활동으로 풀 수 있어 일하는데도 활력소가 된다”고 했다.

TVO의 단원들은 각자의 직장에서 앙상블이나 오케스트라를 결성하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TVO에 참가하는 LC CNS 직원들이 사내 관현악단을 결성했고, 대림그룹의 ‘대림 심포니’, 주식회사 태영의 ‘태영 앙상블’도 새로 태어났다. 테헤란밸리 오케스트라는 단지 공연을 꿈꾸는 모임을 넘어서서, 음악을 통해 삶을 가꾸고 일터를 풍요롭게 하는 작은 홀씨들을 테헤란벨리 일대에 흩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