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2006년 5월 18일 디지털타임즈 

마음을 맞추면 화음 절로…

전공자 없지만 선율은 ‘감동’

매주 금요일 저녁 서울 서초동 한 건물에서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이 흘러나온다. 음악을 직업으로 하는 전문가들의 솜씨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매주 마음 맞는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 연습을 해온 아마추어 음악가들의 생동감 있는 연주다.

이들이 바로 2001년 IT업계 종사자들이 주축이 돼 창단한 직장인들의 순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인 `테헤란밸리 오케스트라'(TVO)다. 테헤란밸리에 밀집해 있는 IT업계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지만, 점차 동호회에 가입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TVO는 IT분야 종사자뿐만 아니라 건설업계, 교직 등 업종의 경계를 넘어서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모임으로 다시 태어났다.

현재 200여명의 단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2003년 10월경부터 악기 구성에 따라 관악기를 다루는 윈드반, 현악기를 연주하는 스트링반, 심포니반으로 나눠진다.

그 중에서도 총 35명으로 구성된 윈드반은 IT서비스 업체인 LG CNS 임직원들이 주축이 돼 활동하고 있다.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이들은 지난 2004년에는 단원들 하나하나의 힘을 모아 서초동에 자체 연습실도 마련하고, 매주 금요일 저녁은 고스란히 음악에 젖어 보낸다. 놀라운 것은 모두 전혀 악기를 전공하지 않은 순수 아마추어들이라는 것이다.

전체 35명의 단원 중 5분의 1인 7명이 LG CNS 임직원들이다. 원래 2001년 창단 당시 IT업계 종사자가 중심이 돼 만들어졌고, 그 중에서도 LG CNS 임직원들이 주축을 이뤘기 때문이다. LG CNS 출신이 창단 당시부터 4대째 단장을 맡으면서 팀을 이끌어 오다 올해 타사 출신으로 단장이 교체됐다. 이 밖에 IT업계 종사자는 물론, 특수학교 선생님, 건설업체 부장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이 `음악'이라는 하나의 관심사를 가운데 두고 한자리에 모인다.

매주 함께 갈고 닦은 음악실력은 매년 연말 갖는 정기연주회를 통해 공개된다. 지난 2004년 첫 정기연주회에 이어 지난해 11월 26일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두 번째 정기연주회에도 300명이 넘는 관객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와 함께 지난해 봄에는 단원 중 특수학교 선생님인 임모 씨의 주선으로 서대문 문화회관에서 `어린이를 위한 음악회'를 열기도 하고, 아산병원 등 병원을 찾아가서 환자들을 위해 연주하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단순히 열정과 실력을 발산하는 게 아니라 함께 마음을 나누는 음악을 실천하고 있는 것.

윈드 오케스트라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LG CNS U-서비스솔루션팀 조선무 과장(36)은 "초중고 시절 9년 동안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악기를 배우지 못한 것을 한으로 품고 있다가 우연히 LG CNS에 오케스트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입단, 난생처음 색소폰을 잡아보고는 3년간 아랫입술이 부르트도록 불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무 과장은 매주 금요일 연습하는 날을 제외하고는 색소폰 연습을 할 마땅한 장소가 없어 주 5일제임에도 매주 토요일 회사로 출근해 9층 강당에서 혼자 색소폰을 불 정도로 오케스트라 활동에 열정적이다.

특수학교에서 장애 아동들을 가르치는 북성초등학교 교사 임윤정(32)씨는 음악을 하면서 아이들과 더 많이 가까워질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말한다. 임씨의 주선으로 지난해 봄에는 상대적으로 문화적인 혜택을 누릴 기회가 적은 장애 어린이를 위한 음악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이밖에 주식회사 태영의 부장으로 있는 조송연 씨(48)는 쉰에 가까운 나이에 악기를 잡아 무서운 열정과 노력으로 3년 만에 상당한 연주실력을 가져 많은 단원의 귀감이 되고 있다.

LG CNS 조선무 과장은 "내가 돋보이려면 남이 돋보여야 할 때 나를 낮춰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하고, 내가 들어갈 때를 알고 정확하게 타이밍을 맞춰서 들어가야 한다"며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직장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하고, 나아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자세와 능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테헤란밸리 윈드 오케스트라는 앞으로도 단순히 모여 음악을 즐기는 차원을 넘어, 음악이라는 매개를 통해 문화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곳에 찾아가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산골음악회, 장애어린이를 위한 음악회, 병원음악회, 교도소음악회, 장애인 근로자를 위한 음악회 등 찾을 곳이 아주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