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기사원문 : http://www.dt.co.kr/contents.htm?article_no=2008100202011031738001

[마니아 & 동호회] "오케스트라는 인생 축소판 목소리 낮출 때를 배우죠"


색소폰 연주자 한국알카텔루슨트 조 선 무 부장

내일 가을 정기연주회 선봬
"음악통해 꿈 나눠주고 싶어"



"노다메 칸타빌레와 베토벤 바이러스를 아시나요?"

조명이 켜지고 객석의 시선이 무대 위를 향한다. 순간 객석과 무대에는 정적과 긴장감이 흐른다. 이어 지휘봉이 춤을 추고 악기들은 환상의 하모니를 선사하며 사람들을 꿈의 선율로 이끈다.

글로벌 통신장비 회사인 한국알카텔루슨트에 근무하는 조선무 부장(39)은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사무실에서 나와 음악에 행복을 실어 나르는 무대로 걸음을 재촉한다. 그는 직장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인 `테헤란 밸리 오케스트라'의 색소폰 연주자다.

"학창시절에 9년 동안 합창단 활동을 했는데 악기를 배우지 못한 것이 늘 미련이었어요. 그때 마침 직장인 오케스트라가 창단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난생 처음 잡아본 색소폰이었지만 3년 동안 입술에 피가 나도록 연습을 했습니다."

테헤란 밸리 오케스트라(www.tvo.or.kr)는 지난 2001년 IT업계 종사자들이 주축이 돼 탄생했다. 하지만 점점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IT업계뿐만 아니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오케스트라로 탈바꿈했다.

창단 초기에는 마땅히 연습할 공간이 없어 애를 많이 먹었다. 여러 회사의 강당과 식당을 옮겨 다니며 연습하기 일쑤였다. 또 몇몇 인기 악기에만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이를 조율하는 것도 큰 문제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40여명의 단원들이 바쁜 직장생활 중에 짬을 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오케스트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인 노다메 칸타빌레나 베토벤 바이러스에 등장하는 장면들이 다소 과장은 있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그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라지곤 한단다.

"처음에는 그저 음악이 좋아서 시작했는데 오케스트라 생활을 하다보니 여기도 인생의 축소판이더라고요. 아름다운 하모니를 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돋보여야 할 때 자기 소리를 낮춰야 하고 자기가 돋보여야 할 때는 다른 이들이 낮춰야 하니까요. 항상 남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요. 그래서인지 이제는 오케스트라가 제 삶의 메타포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 부장은 오케스트라를 통해 인생을 한층 더 배운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베토벤도 "음악을 연습하듯 너의 이성을 그와 같이 훈련하라, 이성은 인생에 있어서 고귀한 예술이다"라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

테헤란 밸리 오케스트라는 현재 200여명의 단원이 윈드(관악), 스트링(현악), 심포니(관현악)의 3개 반으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40여명의 관악기 연주자로 구성된 윈드 오케스트라는 매주 금요일 저녁 서초동에 있는 연습실에서 기량을 갈고 닦는다. 순수 아마추어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합주와 레슨 체계를 갖추고, 꿈과 열정이 있는 직장인 누구에게나 개방함으로써 음악을 통한 바람직한 여가활동과 국내 음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즘 테헤란 밸리 윈드 오케스트라는 매년 가을에 개최되는 정기연주회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번 정기연주회는 오는 10월 3일 오후 5시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 2층 대극장에서 열린다. 1부는 웅장하고 경쾌한 느낌의 행진곡과 영화음악을 중심으로 꾸렸고 2부에서는 클라리넷 앙상블과 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오페라의 유령 등 누구에게나 친숙한 뮤지컬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관람료는 무료. 조 부장은 10년 후에도 오케스트라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노라면 금세 행복해진다고 했다.

"오케스트라는 단순히 손과 입으로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귀로 `음악'을 연주하는 것입니다. 10년 후에 테헤란 밸리 오케스트라가 대표적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되어 있을 모습을 상상하곤 합니다. 음악을 통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일이 아닐까요."

이지성기자 ezscape@